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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nna

Janika 를 추억하며, 좋은 사람이란?

병아리윤 2021. 5. 3. 05:31

새로운 방

새로운 WG로 이사를 왔다, WG는 공동주거커뮤니티 (WohnGemeinschaft)를 뜻하는 말로, 말그대로 사람들이 서로 주거비용을 나누며 같이 사는 형태를 말한다. 

 

Janika는 나와 지난 9개월을 함께 지냈던 작은 도시에서 온 오스트리아 친구이다. 사실 나는 Jana를 만나기 전까지 비엔나외 사람들을 만나본적이 없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없이 여느때처럼 방을 구해야 되서 방구하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메세지를 대량으로 보냈고, Jana는 메시지만으로 내가 참 좋은 사람같다며 나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그랬다. 그때 당시 나는 한국에서 아주 지루하고 여유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Jana의 빠른 답장이 고맙지만 이내 잊어버렸었다. 나 역시 방 구하는데는 아주 달인이 되버려서, 이제 방을 안구해도 되는 구나 싶어서 성급하게 Jana랑 살기로 결정했다. 

 

나는 그 때 당시 Jana가 작은 도시(시골)에서 온지도, 무엇을 전공하는지도, 어떤 아이인지도 몰랐지만, 분명한 것은 집 위치가 아주 좋았고, 방도 작았지만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Jana가 아주 간결하면서도, 즉각적으로 답장을 준게 좋았다. 즉 한국이랑 오스트리아 사이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잘된게 너무 좋았던 것. 사실 비엔나에서 방을 구하다보면, 다들 서로를 재느라고 여러가지 옵션을 두고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해보기 마련인데, 그 친구는 그렇치 않았던 것이다. Jana는 심지어 내 출국날이 가까워지자, 공항으로 자기가 나를 데리려 온다고 그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비현실적으로 착한 제안이였다. 나는 참 친절한 아이다 생각하고 비행기를 내리자, 빨간머리에 가죽 가방을 매고 기다리던 Jana를 만났다. 

 

Jana는 참 과묵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좀처럼 웃지도 리액션을 크게 하지도 않았다. 잠잠코 내 얘기를 듣고, 대답을 하거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예의 바르게 말할 뿐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Jana는 내가 했던 말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신나서 떠드는 성격은 아니였지만, 너무 Jana가 조용하다보니 나는 오히려 푼수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계약한 집에 도착하니 Jana네 집 곳곳에 있는 아시아 장신구가 보였다, 일본 인형이라든지, Miso soup, 동양식 그릇, 그 때까지 나는 Jana가 동양에 관심이 있는 고고학과 종교학을 전공하는 친구라는 사실을 몰랐다. 

 

Jana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게 가족이고, 자기 관심사이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사람간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9개월 사는 동안 나는 Jana가 투박하지만 그런 면들을 많이 봤다. Jana는 때로는 좀 그래서 유약하고 관계중심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근데 또 한편으로 쓸데 없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jana의 다른 성격때문에, 나한테는 좀 미스테리해 보이기도 했다. Jana와 사는 동안 우리는 오스트리아 에서 락다운을 같이 보냈고, 나의 부족한 독일어 때문에 Jana가 집의 99퍼센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며, 나도 독일어를 미친듯이 배우는 계기가 됬다. 

 

Jana는 정말 전형적인 오스트리아 친구 같기도 했지만, 긍정적인면에서 오스트리아 밖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몰랐다. 다르면 다른대로 같으면 같은대로 잘 어울렸다. 참 괴짜같고 어둡기도하고 말없는 친구였지만, 마음 깊이 따뜻하고 사려 깊은 친구 였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Jana는 나와 싸울수 없다고 했다, 자신은 너를 위해서 변할 수도 없고, 싸우는 것은 더더욱이나 의미가 없다고 했다. Jana 처럼 오픈마인드인 친구치고는 그것이 참 아이러니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Jana에게 화가나서 하는 말이나 비판들은 사실 내 기준에 Jana가 못미치기 때문에 한 말이라는 걸 이해하자, Jana든 누구든 꼭 내 기준에 도달할 필요는 없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Jana를 볼일이 없지만, 좋은 사람은 무엇인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해준 친구였다.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면 나는 사람이 인간적으로 엄청 강하거나, 아주 소수의 마음 맞는 사람하고만 어울리고 전체적으로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무엇인지 축소하고 잘 가려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를 위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년동안 유학생활을 하면서 이방인으로 나는 그런 역할을 할 기회를 아주 많이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 나의 변명이였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정보, 재능, 돈, 기회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항상 베풀 수 있는 위치가 될 수 있었다. 나의 스펙이-나를 말해준다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 마음이 아름다운 친구를 만난건 최근에 있었던 일중에 가장 운이 좋은 일이였던 것 같다. 

 

이 긴 시간 끝에 배운 것은,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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